요즘 한국에서 난리라는 넷플릭스 쇼 "흑백요리사"를 온가족이 같이 시청했다. 영어제목은 "Culinary Class Wars"다.
어떤 종류건 서바이벌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연대회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워낙 유명해서 보기로 함.
그전부터 한국 서바이벌 예능 팬인 아들은 무척이나 좋아했고 나역시 백종원 아재의 넉살스러움과 안성재 쉐프의 샤프함에 반했다. 가족끼리 승자 맞추는 재미도 쏠쏠했다.
보다보니 한인 이민자가 두분이나 나오시네?
심사위원으로 뽑힌 안성재쉐프와 참가자로 나오신 에드워드 리?
파인다이닝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삶이라 두분 다 초면이지만 해당 업계에서는 유명한 분이신듯.
한분은 10대때 이민가서 한국말을 꽤나 잘 하시고 한분은 70년대 미국 출생이시라 거의 한국말을 못하시는것도 대비되고 나역시 외국에사는 1세대 이민자로서 한국인 이민의 역사가 보이는 시점이기도 했다.
최근 한류바람이 불고 한국의 위상이 누가봐도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우뚝서면서 이민자의 자녀도 한국어를 가르쳐야한다는 신념이 거의 대세로 굳혀진듯하다.(꼭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서라기보다 세계적인 추세도 변화하는듯하다. 여기 캐나다에서도 이민자의 자녀가 가정에서 모국어를 쓰는것을 무척 권장한다. 바이링구얼의 장점은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지금 삼사십대 이후 나이의 이민2세들 중에는 한국말을 아예 못하는 분들도 많으신데 내가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으로는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면도 많다. 그시절의 이민생활이란 얼마나 험난하고 가시밭길이었을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내가 처음 캐나다를 왔던 10년전만 해도 한국 티비 프로그램을 보려면 OndemandKorea라는 북미지역 한국프로그램 방송사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도 않았었고 오로지 그런 몇몇개 중계 플랫폼을 통해서만 볼수 있었는데, 큰 티비화면으로 보자면 컴퓨터와 케이블로 연결하거나 이후에 나온 스마트폰연결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이민 초기 한국시간 토요일이 되면 올라오길 기다렸다 온가족이 모여서 보던 '나혼자산다'의 기억이 난다.
그나마 나는 최근 이민자라 저런 플랫폼의 도움도 많이 받은셈이다.
80년대,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티비프로그램을 보려면 비디오가게에서 프로그램 카피본을 빌려와서 봐야했다고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꼬박꼬박 한국 프로그램을 빌려와 볼수 있던 이민자가 얼마나 되었을까.
언어는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늘기가 참 힘들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강요나 공부의 방식으로 가르친다는것은 아무리 내 모국어라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점에서 요즘 OTT에서 한국 프로그램의 약진은 외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큰절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다.
더이상 한국프로그램을 보려고 목빼고 기다리지 않아도 유튜브에는 지금 인기있는 프로그램 짤들이 수없이 알고리즘으로 뜨고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 등등 많은 OTT 플랫폼에서 한국프로그램이 드라마,예능 할것없이 쏟아진다.
핸드폰과 OTT만 있으면 내가 한국에 있는지 외국에 있는지도 헷갈릴 지경이다.
나는 더이상 아이에게 한국말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아이 혼자서 한국예능을 보며 깔깔거리고 한국 드라마를 찾아본다. 심지어는 나도 모르는 최신 연예계소식도 알려준다.
문화가 가진 힘이란게 얼마나 큰 것인지 요즘 새삼 깨닫는 중이다.
김구선생이 소망하셨다는 문화강국의 꿈이 제대로 이루어져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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