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쿠퍼를 입양한지도 벌써 만 5년이 되어간다.
쿠퍼는 개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우리가족이 어쩌다 외동아들의 성화에 못이겨(이역만리에서 형제 하나도 못만들어준 죄책감에) Kijiji라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입양하게된 Mini Australian Shepherd종이다.
Australian Shepherd
Australian Shepherd(줄여서 Aussie 오씨라고 부름)란 종이 한국에서는 흔치 않아보이는데 북미에서는 꽤 인기있는 종이다.
보더콜리와 흡사하게 생겼고 육안으로 구분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꼬리가 없다는것이다. 웰시코기처럼 오씨들도 처음에 낳자마자 단미를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쿠퍼의 꼬리를 절대 자르지못하게 했을텐데 분양당시 이미 단미된 상태였다.
푸들처럼 스탠더드, 미니, 토이 사이즈가 존재하고 우리 쿠퍼는 그중 미니 사이즈이다. 미니인데 미니 사이즈를 초과해서 거의 큰 보더콜리 사이즈만하다.(미니 Aussie의 경우 성견이 되면 9kg~13kg가 보통이다)
이름으로보면 오스트렐리아(호주)와 상관이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생겨난 미국종에 가깝다. 보더콜리처럼 양몰이 개로 사용했고 그래서 꼬리가 밟히지 말라고 단미를 하기 시작했다는데 정작 보더콜리들은 단미를 하지않는데 왜 얘네들은 자르기 시작했는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요즘은 대부분 가정용 반려견으로 키우는데도 왜 여전히 단미를 하는것인지, 동물권이라면 거품물고 옹호하는 북미사람들이 왜 단미에 대해선 관대한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강아지 입양과 코비드
지나고생각하니 참 타이밍 적절하게도 쿠퍼를 입양하고나서(2020년 1월) 바로 코비드가 터졌다.
락다운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강아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강아지 분양가도 몇배로 뛰었던걸 기억한다. 휴우...
강아지 분양가가 궁금하다면 키지지(kijiji)에서 찾아보면 되는데, 종이나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쿠퍼만한 중형견의 경우 $1,000~$2,000은 생각해야한다. 코비드 이후에는 $3,000이상까지도 올라가는걸 본적 있는데 지금은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간것같다. 전문 브리더일수록 가격이 올라가지만 믿을만한 브리더에게서 입양하는것을 추천한다.
아무튼 쿠퍼를 데려오자마자 코비드가 터지는 바람에 온가족이 집에 갇혀 하루 2번 산책만 겨우 할수 있었다. 그때는 개주인들끼리도 인사는 커녕 멀리서 보이면 돌아가던 시절이어서 쿠퍼는 사회화 자체를 하지 못했다. 사람뿐 아니라 이때 태어난 강아지들도 사회화가 힘들어서 문제다 뭐 이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시절을 잘못 태어난 쿠퍼 ㅠㅠ
내가 키워보니 사회화를 따로 시키지 않아도 타고나길 성격이 원만하고 외부자극에 둔감한 개들이 있더라. 그런데 불행하게도 쿠퍼는 아니었다. 어릴때부터 겁이 많아서 사람들이 다가오면 나한테 점프하면서 안아달라고 낑낑댔고 집에서도 평온한 느낌은 아니었다. 핑계같지만 사회화시기에 제대로된 사람들과의 접촉이나 다른 강아지들과의 만남을 못했기때문에 쿠퍼는 지금도 굉장히 예민하고 다른개들을 싫어한다.
처음에는 내가 교육을 잘못 시켜서, 코로나 때문에 이런 등등의 후회를 많이 했는데 그냥 타고나길 이런 성격으로 태어난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도 아싸가 있고 인싸가 있는것처럼 강아지도 예민하고 낯선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강아지가 있는거다. 전문 훈련사가 아닌이상 "100일동안 100마리의 강아지를 만나게 해라" 이런 조언은 실행하기가 불가능하다.
강아지도 주인을 닮나?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그러하다고 해도 키우는 우리가 굉장히 외향적이고 Active했다면 쿠퍼의 성격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쿠퍼를 키우면 키울수록, 이 강아지의 성격이나 행동이 우리 아들의 성격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나 남편은 전형적인 내향인이고 둘다 안전에 대한 불안도가 높은편이라 자식도 강아지도 많이 통제(?) 하면서 키웠다. 애 어릴땐 넘어져 다칠까 누구한테 맞고올까 노심초사했고 쿠퍼는 쿠퍼대로 오프리쉬 파크에가면 큰개들한테 물리지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키웠다. 이러다보니 자식도 개도 이리 예민하고 겁이 많게 큰건 아닐까 하는 생각.
강형욱훈련사 얘기를 들으면 주인이 산책하며 사람들과 인사잘하고 스몰톡을 잘하면 개도 성격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때문이기도 했지만 낯을 가리는 내 성격상 다른 개주인들과 그리 교류를 하지 못했다. 그러지말아야겠다고 자각했을때는 이미 쿠퍼가 다른개를 보고 짖기 시작한 이후라 더더욱 다른 개들을 보면 피해다녔고.
그래도 퍼피 트레이닝도 다니고 개 유치원도 보내보고 나름 노력을 한다고는 했는데, 기본적으로 겁이 많고 예민한 쿠퍼 성격상 그런 단편적인 경험이 도움이 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만 가중한다는걸 깨닫고 이제는 이런 쿠퍼의 성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행히 시골 주택가에 사는지라 산책할때 나만 잘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개들과 마주치지 않게 산책할 수 있다. 그냥 이렇게 살다 가자꾸나 쿠퍼야.
Australian Shepherd 어때? 추천해?
찾아보면 Aussie 종에 대한 기본설명은 굉장히 가족친화적이고 아이들이나 다른개들과도 잘 지낸다고 나온다. 하지만 뽑기(?)를 잘못한탓인지 쿠퍼는 가족을 무척 좋아하고 잘 따르긴 하지만 외부인이나 다른개들은 정말 싫어한다. 사람은 그나마 처음에만 짖고 금방 좋아하긴 하는데 개에 대해선 아주 철천지 원수가 따로 없다.
나의 교육문제만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동네에서만 서너마리의 Aussie들을 보았는데 우연의 일치라고하기엔 희한하게도 다들 우리 쿠퍼처럼 다른개를 보면 짖는 개였다. Aussie 주인들끼리 마주치면 서로 빙 돌아가기 바쁨 ㅎㅎ
내가 내린 결론은 오씨들은 예민함이 뛰어난 종이라는 거다. 어릴때 정말 잘 교육하고 사회화에 신경쓰지 않으면 금방 짖는개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은 개.
활동성은 생각보다 그렇게 높지는 않다. 미친 활동성을 가졌다는 보더콜리에 비해 프리즈비 10~20분만하면 지쳐서 뛰질 못한다.(쿠퍼만 이런가?) 그러니 활동성에 대해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될듯. 쿠퍼는 하루 2번 산책을 하고 시간도 30~1시간정도만 한다.
장점은 분리불안이 없고(어릴때 혼자놔두면 하울링을 한적이 있는데 금방 사라졌다) 집에서 사고를 거의 안친다. 식탁위에 먹을걸 놔둬도 건드리지 않는정도. 집에서는 정말 조용하다. 또 가족들을 너무 좋아하고 애교도 많다.
털은 이런 장모를 가진 중형견들과 비슷하게 빠지는것같고, 인터넷에서 보면 웰시코기나 시바견들이 털빠짐은 더 심한것같다.
결론적으로 초보가 키우기엔 좀 비추고 강아지를 잘 아는 사람,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이 키우면 좋을 것같다. 우여곡절끝에 우리같은 쌩초보 견주도 키우고는 있지만 Aussie가 가진 활동성, 사교성을 최대한 끌어내주지 못한 미안함은 있다.
뭐가됐건 키우다보면 정들고, 정들면 그냥 가족이 된다. 예민한 강아지 쿠퍼를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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