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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_뉴욕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 하데스타운(Hadestown) 후기

by 모때루 2025. 3. 21.

지난번 뉴욕을 처음 왔을 때는 라이언킹을 봤었다. 그때만 해도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에게 딱 맞는 뮤지컬이었어서 너무 만족하면서 봤고 이번에는 뭘 볼까 고민하다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하데스타운(Hades Town)을 보기로 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아주 많다고 할수는 없지만 음악들이 색다르고 내용도 신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 덜 유치할 것 같았다. 아이도 크고 이젠 알라딘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아서. 

 

위치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하데스타운 전용극장 Walter Kerr Theatre

 

219 W 48th St, New York, NY 10036, United States

 

Walter Kerr Theatre

 

공연시간 10분? 15분전쯤 도착했는데 줄이 줄이... 정말 건물을 빙 돌고도 끝도 없이 서있었다. 시간 내 못 들어갈까 봐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미리 화장실도 들르고 해야하니 30분 전에는 도착하길 권한다. 줄이 이렇게 긴 걸 보면 시간이 되지 않으면 미리 입장을 시키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앞에 줄 선 사람들은 화장실이라도 갈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식사시간이 애매해서 오는길에 할랄가이즈를 사 먹고 남은 걸 싸들고 왔는데 생각해 보니 공연장에 음식물 반입금지라 기다리면서 쓰레기통에 다 버렸다. 

입구에서 가방검사가 있으니 우리처럼 먹을걸 싸들고 오는 우는 범하지 않길.

 

공연장 좌석 정보

1층 앞에서 3번째 가운데에서 보면 이정도 각이 나온다

 

 

총 3개층으로 되어있는데 우리는 1층 앞에서 3번째 줄 가운데에 앉았다.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볼때 앞에서 두 번째 줄에서 봤는데 앞사람 머리가 가리지도 않고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좋았어서 이번에도 앞 좌석으로 했는데 이곳 극장은 대체적으로 앞줄 좌석이 꽤 낮았다.

 

공연 내내 고개를 꽤 들고 봐야 하고 배우들은 주로 2,3층을 쳐다보며 연기를 하기 때문에 시선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악기 연주를 자세히 보고싶었는데(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등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한다) 악기연주자들이 무대에서도 한단 더 위쪽에 위치해 있어서 내가 앉은 곳에서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1층 중간이후 자리 2층 앞 좌석 쪽이 전체 무대를 보기가 훨씬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내용 소개

그리스신화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지옥의 신 하데스와 그가 납치한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납치된 페르세포네가 지상의 세계를 그리워하여 일 년 중 2/3는 지상에서 지내고 1/3은 지하세계에서 지내게 하는데 페르세포네가 지상에서 지내는 시기가 봄, 여름, 가을이 되고 그녀가 지하로 내려가는 시기가 지상의 겨울이 된다는 신화이야기 말이다. 

 

이 신화를 토대로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젊은 커플 오르페우스(Orpheus)와 에우리디케(Eurydice)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에우리디케는 가난과 배고픔을 피해 더 나은 삶을 찾아 저승인 Hadestown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곳은 하데스(Hades)가 지배하는 암울한 지하도시로,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이 영원히 노동을 해야 하는 곳이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하데스타운으로 내려가고, 자신의 노래로 하데스를 감동시켜 그녀를 데려갈 기회를 얻는다. 다만, 하데스가 조건을 하나 거는데 그건 바로 오르페우스가 지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 에우리디케를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지상으로 향하지만, 의심과 불안에 사로잡힌 오르페우스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 뒤를 돌아보고 만다. 에우리디케는 즉시 저승으로 다시 떨어지고, 두 사람은 영원히 이별하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한국인 배우들

이 뮤지컬에 주요 등장인물 중에 한국계 배우가 두 명이나 나온다. 브로드웨이 같은 곳에서 유색인종 특히 아시안이 주연으로 자리 잡기가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에 너무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이름을 보고 긴가 민가 했는데 브로셔의 등장인물 인터뷰에서 한글을 발견하고 아들이 먼저 말해주었다. 

 

"엄마 이 사람 한국 사람인가 봐!"

 

Worker 중 한 명으로 나오는 Timothy H. Lee

Timothy H. Lee

 

그리고 공식 사이트에서는 Worker라고 되어 있었는데 내가 본 당일에는 Fate 중 한명으로 나왔던 Grace Yoo

Grace Yoo

 

 

같은 한국인으로 뿌듯했던 두 배우들.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응원해 본다.

후기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하데스타운은 흑인스러운 재즈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음악이 많았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드럼 등의 악기를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니(보통 다른 뮤지컬들은 오케스트라가 아래에 숨어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걸 듣는 재미도 색다르다. 

 

신화적인 얘기를 각색한 것이라 내용을 아예 모르고 가면 좀 지루할 수도 있다.

 

나는 미리 유튜브로 노래들을 많이 듣고 가서 익숙해진 상태라 나름 좋았다.

아들은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보다는 별로였다고 한다. 남편은 살짝 중간에 졸 뻔했다고 한다. ㅎㅎ

 

그래도 다른 장르의 뮤지컬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한다. 특히 너무 앞자리보다는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를 추천한다. 무대장치도 꽤 멋있었다.